짜릿
가이드2026. 08. 9.·5분 읽기

마감 30분 전, 참가자 명단을 ChatGPT에 붙여넣기 전에

2026년 가장 흔한 '행사 AI 활용'은 매치메이킹이 아니다. 마감에 쫓긴 담당자의 붙여넣기다. 왜 문제인지, 왜 개인의 잘못이 아닌지 정리했다.

참가자 명단 엑셀 파일을 챗봇에 붙여넣어 명찰용 정리를 요청한 대화 화면과, 412명분 개인정보가 데이터 처리 계약 없는 외부 서비스로 전송됐다는 경고 카드

2026년 가장 흔한 '행사 AI 활용'은 AI 매치메이킹이 아니다. 마감에 쫓긴 담당자가 참가자 엑셀을 무료 챗봇에 통째로 붙여넣는 것이다. 이 글은 그 행동이 왜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담당자 개인의 잘못이 아닌 이유를 정리한 기록이다.

익숙한 장면 하나

행사 이틀 전, 명찰 시안은 아직이고 참가자 명단은 방금 확정됐다. 엑셀에는 이름, 소속, 직함, 이메일, 휴대폰 번호가 들어 있다. 담당자는 ChatGPT를 연다.

이 명단을 명찰용으로 정리해줘. 소속별로 묶고, 직함 순으로.

30초 만에 정리된 표가 나온다. 야근 한 시간이 줄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방금 붙여넣은 것은 '업무 자료'가 아니라 수백 명의 개인정보다.

참가자 명단 412명분을 챗봇에 붙여넣은 대화와, 데이터 처리 계약 없는 외부 서비스로 개인정보가 전송됐다는 경고 카드
명단 정리를 부탁한 30초. 그 사이 이름·소속·직함·연락처 412명분이 계약 없는 외부 서비스로 넘어간다.

숫자로 보면 이렇다

보안 기업 Cyberhaven이 2025년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ChatGPT에 입력하는 내용 가운데 34.8%가 민감정보를 포함한다. 2023년 조사에서는 11%였다. 2년 사이 세 배가 됐다.

행사 담당자만 조사한 통계는 아니다. 전 직군 대상 수치다. 그런데 행사 담당자의 책상 위를 생각해 보면, 이 직군이 평균보다 안전할 이유가 없다. 참가자 명단, 연사 프로필, VIP 의전 정보, 발표 자료 초안 — 행사 업무의 재료 자체가 개인정보와 미공개 정보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 흐름에서 또 하나 확인된 것. 조직의 약 절반은 AI 사용에 관한 보안 정책이 아예 없다. 즉 담당자는 정책이 없는 상태에서, 마감은 있는 상태로 일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 세 가지

첫째, 무료 챗봇에는 계약이 없다. 기업용 AI 서비스는 데이터 처리에 관한 계약(DPA)을 맺고, 입력 데이터를 학습에 쓰지 않는 조건을 명시할 수 있다. 무료·개인용 챗봇에는 그 계약이 없다. 참가자 명단이 어디에 저장되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주최 측이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둘째, 참가자는 동의한 적이 없다. 사전등록 페이지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 문구를 다시 읽어 보면, 대부분 "행사 운영 목적"으로 한정돼 있다. 그 명단을 외부 AI 서비스에 입력하는 것은 참가자가 동의한 범위 밖의 처리가 될 소지가 크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수집 목적 범위 안에서의 이용을 요구한다. 이 부분은 법률 자문이 아니라 상식 수준의 정리지만, "위반 소지가 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셋째, 문제가 생겨도 되돌릴 수 없다. 잘못 보낸 이메일은 회수 요청이라도 할 수 있다. 외부 서비스에 입력된 데이터는 회수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담당자 잘못이 아니다

이 글의 결론은 "챗봇 쓰지 마세요"가 아니다. 마감은 실재하고, 명단 정리는 실재하는 업무다. 30초 만에 끝나는 길과 한 시간 걸리는 길이 있는데 30초 길에 경고 표지판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 길로 간다. 그것은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도구의 공백이다.

지금까지 행사 데이터는 대부분 이렇게 흘러왔다. 구글폼으로 받고, 엑셀로 내려받고, 카톡과 메일로 주고받고, 필요하면 챗봇에 붙여넣는다. 각 단계가 전부 데이터가 통제 밖으로 나가는 지점이다. 챗봇은 그 마지막 단계일 뿐이다.

대안은 '금지'가 아니라 '구조'다

우리가 행사 등록·현장 운영 시스템을 만들면서 세운 원칙은 단순하다.

  • 사전등록으로 들어온 명단이 명찰 출력까지 한 시스템 안에서 흐르면, 엑셀로 내려받아 어딘가에 붙여넣는 단계가 사라진다.
  • 소속별 정렬, 직함 표기, 명찰 시안 반영 같은 작업이 시스템 기능이면, 챗봇에게 부탁할 이유가 없다.
  • 통계와 요약이 관리자 화면에서 바로 나오면, "이 명단 요약해줘"라고 외부에 물을 필요가 없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다. 참석 데이터, 체크인 기록, 세션별 출입 — 이 데이터들이 시스템 안에서 집계되면, 결과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원본 명단을 다시 꺼내 돌릴 일이 없다.

당장 내일 행사가 있다면 — 체크리스트 다섯 줄

시스템 도입 여부와 무관하게, 지금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1. 1개인정보 열은 지우고 붙여넣는다. 이름·연락처·이메일을 뺀 나머지로도 정리 요청은 대부분 가능하다.
  2. 2회사 계정의 업무용 AI를 쓴다. 조직에 기업용 계약이 있다면 그 계정으로. 없다면 도입을 요청할 근거가 이 글이다.
  3. 3동의 문구를 확인한다. 사전등록 페이지의 수집·이용 목적에 실제 처리 방식이 담겨 있는지.
  4. 4명단 파일의 사본 개수를 줄인다. 카톡·메일·개인 PC에 흩어진 사본 하나하나가 유출 지점이다.
  5. 5행사 후 파기 일정을 정한다. 목적을 다한 명단은 보관 자체가 리스크다.

정리

AI가 행사 업무를 바꾸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도 AI 검색에 잡히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그 유입이 실제 문의로 이어지는 것을 기록해 왔다. AI는 기회다.

다만 기회의 반대편에 이 장면이 있다. 마감 30분 전, 참가자 명단, 무료 챗봇. 이 셋이 만나는 순간을 없애는 것은 담당자의 의지가 아니라 데이터가 흐르는 구조다. 붙여넣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게 우리가 등록 시스템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자주 묻는 질문

참가자 명단을 ChatGPT 같은 무료 챗봇에 붙여넣으면 왜 문제가 되나요?

무료·개인용 챗봇에는 데이터 처리에 관한 계약(DPA)이 없어, 명단이 어디에 저장되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주최 측이 통제할 수 없습니다. 참가자가 동의한 수집·이용 목적 범위를 벗어난 처리가 될 소지도 큽니다.

기업용 AI 계정을 쓰면 괜찮나요?

기업용 서비스는 데이터 처리 계약과 입력 데이터 학습 미사용 조건을 명시할 수 있어 무료 개인 계정보다 안전합니다. 다만 사전등록 동의 문구에 실제 처리 방식이 담겨 있는지, 조직의 AI 보안 정책과 맞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개인정보 열을 지우고 붙여넣으면 되나요?

이름·연락처·이메일을 뺀 나머지로도 정리 요청은 대부분 가능하므로, 급할 때 가장 먼저 적용할 방법입니다. 다만 소속·직함 조합만으로 개인이 특정되는 경우도 있어 근본 대안은 아닙니다.

참가자 명단을 외부 AI에 입력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인가요?

대부분의 사전등록 동의는 '행사 운영 목적'으로 한정돼 있어, 외부 AI 서비스 입력은 동의 범위 밖의 처리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은 법률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짜릿 등록 시스템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나요?

사전등록으로 들어온 명단이 명찰 출력, QR 체크인, 통계·결과 데이터까지 한 시스템 안에서 흐르도록 구성합니다. 엑셀로 내려받아 외부 서비스에 붙여넣는 단계 자체를 없애는 것이 원칙입니다.

행사가 끝난 명단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목적을 다한 명단은 보관 자체가 리스크입니다. 행사 전에 파기 일정을 정하고, 카톡·메일·개인 PC에 흩어진 사본까지 함께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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